가톨릭신학대학 교수인 방종우(야고보) 신부의 자전적 에세이. 세상을 비관하며 문학청년을 꿈꾸던 소년이 신학교에 진학하고 로마 유학을 떠나서 신학대학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대단히 솔직하고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그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듬어야 하는 사제로서, 자신의 위로가 어떤 방법이어야 할지에 대해 끝없이 고민한다. 결국 그는 위로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대신, 자신의 아픔과 쓸쓸함을 드러내 보이며,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머무는 편을 선택한다. 그는 이것이 지극히 사소하지만 최선의 위로라고 믿는다. 아마도 당신은 이 책을 읽으며 낄낄대고 웃다가, 책장을 덮으며 수채화 물감이 번지듯 마음이 따스해져 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방종우 신부는 사제가 하는 일과 가장 비슷한 직업이 치과의사라고 믿는다.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찡그린 표정이고, 그들이 하는 말은 거의 고통에 대해서이므로. 시술과 약을 줄 수 있는 치과의사가 아니기에, 사제는 늘 어떻게 해야 진짜 위로가 될지를 고민한다.
가장 흔한 위로인 "괜찮아"는 위로일까, 거짓말일까? 이 책의 저자는 고통받는 이들에게 더 이상 위로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괜찮아'라고 하든 '넌 할 수 있어!'라고 하든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라고 하든 고통이 줄어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신자들이 묻는다. "신부님은 늘 행복하시죠?" 신부는 대답한다. "아닌데, 나도 힘들고 괴로운데." 신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책의 저자가 노린 '위로의 틈새'가 이 지점인 듯하다. 우리 모두는 힘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성직자이든 아니든 모두에게 해당되는 삶의 진리이므로.
방종우 신부는 '나도 괜찮지 않다'라는 솔직한 고백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것도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서약한 사제의 사소하고 평범한 고백이라니 그 강도는 더 커지는 셈이다. 그는 '행복하지 않은 것이 불행한 것은 아니며, 자신은 행복에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단언한다.
삶은 불행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선물 같은 순간이 모이면 꽤나 그럴듯한 삶이 만들어진다. 불안했고 고통스러웠고 별 볼 일 없었던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사이에 보석처럼 박힌 기쁨과 용기 충만한 순간, 영혼에 새겨진 특별한 시간들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지극히 사소하지만 떠올리는 순간 마음이 따스해지는, 피식 웃고 돌아서서 일상을 이어 나가게 해주는 그런 것들이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이다.
어렸을 때 이름 모를 병으로 아팠고(어머니의 기도로 기적처럼 지나갔다), 그 일을 계기로 자의인지 타의인지 그 중간쯤인지 사제의 길을 걷게 되었고, 사춘기 때는 염세주의자였고(문학청년을 꿈꿨다), 생각도 못했던(심지어 전공도 아니었다) 윤리신학이란 학문을 전공하게 되었고, 이탈리아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죽을 맛이었던) 로마 유학길에 올랐고,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신학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살아온 고비마다 쓸쓸함, 황망함, 주저함이 늘 함께했지만 삶은 흘러가고, 그렇게 견디며 함께 나아가다 보면 어쩌면 행복에 닿을지도 모른다는 통찰을 전해준다.
너희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을 거야. 그곳은 변수가 많은 곳이거든. 하지만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나에게 삶이란 그런 것이다. 통증이 있지만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지리라는 믿음.
내 곁에 있어 줘, 내 곁에 있어 줘. 그래야 나의 평범한 하루에 의미가 생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