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명 화가들의 위작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미술 작품의 진위 감정을 다룬 최초의 책이다. 특히 저자가 국내 유일한 '감정학' 박사이고, 국내 최초로 대학에 '감정학과'를 개설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무게감과 의미를 가진다.
이 책은 천원권 지폐 뒷면에 실린 '정선의 계상정거도'와 추사 김정희의 걸작으로 알려진 '향조암란', 그리고 김홍도의 작품으로 알려진 '묘길상, 월하취생, 포의풍류', 강세황의 글씨와 조선 명필 이삼만의 글씨 중 상당수가 가짜임을 밝히고 그 근거를 적시하고 있다. 저자가 밝히는 진위 근거는 작가의 창작 습관과 컬렉터의 성향뿐 아니라 종이, 서화 창작용 비단, 안료, 낙관, 표구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그리고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 1주기 추모전에 나온 천경자의 새로운 위작과 25년 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미인도'를 '감정학'의 논리로 명쾌하게 정리한 대목이다.
미술관, 박물관 관련자나 컬렉터뿐 아니라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고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지만, 한 권으로 감정학의 기본을 마스터할 수 있도록 배려한 완벽한 감정학 입문서이기도 하다.
미술품 위작이란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위조하기 좋은 나라'다. '좋은 게 좋은 것'이란 관념 하에 기득권을 가진 일부가 '침묵의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침묵과 방조 하에 수많은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고, 위작들이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에 버젓이 걸리고 '보물'이란 타이틀을 획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 최고의 감정가로 칭송받는 양런카이(楊仁愷) 선생에게 사사한, 국내 유일한 '감정학 박사'이다. 그는 고서화뿐 아니라 종이, 비단, 안료, 낙관, 표구, 미술품 복원에 이르기까지 감정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지식과 배경을 바탕으로 국내의 국공립 미술관과 권위 있는 민간 미술관에 걸려 있는 가짜들과 경매 시장에서 수억, 혹은 수십억에 거래되는 위작들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 시장과 경매 현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감정할 때 눈여겨봐야 할 감정 포인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진위 판정의 결정적 포인트들은 그 누구도 밝히지 않은 감정의 ABC들이다. 추사 김정희 글씨의 원본과 필사본 구분하는 법, 정선 화풍의 특징인 난시준 알아보는 방법, 강세황 글씨와 장승업 그림의 진위 판별법 등 한 번 알아두기만 하면 가짜가 한눈에 보이는 고급 정보들이라 할 수 있다.
25년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미인도 논란, 모두가 느낌과 정황만을 이야기하다 보니 진실은 미궁에 빠져 버렸다. 이 책은 1974년 이후 천경자 여인상 시리즈의 특징을 명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이제까지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던 획기적 감정 포인트들로 진위 판정의 결정적 근거가 된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 1주기 추모전 나온 위작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그것이 위작인 근거를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위조를 이기는 감정의 과학
완벽한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의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