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답사를 소재로 한 책들 중 이 책이 눈에 띠는 것은 '건축과 엄마와 함께'라는 타이틀 때문일 것이다. 역사와 건축, 지리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해 '답사'라는 의미가 자칫 무거워지는 전문서도 아니면서 올레길이나 둘레길 걷듯 한없이 가벼운 여행서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 편하게 걷되 걷는 것 이상의 힐링과 감동을 원하고, 한나절 투자해서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은 부모의 바람에 꼭 맞춘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서울 옛길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옛길은 현재의 길에 중첩되어 있기에 바쁜 걸음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 책의 저자가 안내하는 대로 느긋한 마음과 한 템포 늦춘 속도로 걸으면 서울에 숨겨져 있는, 그리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과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부암동, 서촌, 북촌, 정동과 덕수궁, 성북동, 낙산성곽길 등 아이들과 걷기 좋은 답사 코스와 지도를 수록해 답사용 안내서로 활용할 수 있는 한편, 서울이라는 도시에 숨겨진 역사와 건축 코드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제공해줄 것이다.
"느린 걸음으로 한나절이면, 보이지 않던 옛길이 보이고 서울의 역사와 건축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건축가 엄마의 두 번째 글쓰기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을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답사의 즐거움을 알려준 최경숙 저자의 두 번째 책입니다. 전작이 전국의 유명한 고택과 정자 등 건축 쪽에 조금 더 관심을 집중했다면, 이번 책은 6백년 이상의 시간이 중첩된 서울의 현재 모습과 우리가 잊고 있는 역사적 진실,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경숙 저자는 서문에서 '서울이 이렇게 깊은 줄 몰랐다'고 고백합니다. 두레박을 내리면 어디쯤에 닿을지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우물이 연상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전통건축에 대한 사랑은, 수많은 켜와 층으로 이루어진 서울의 역사를 한 겹 한 겹 벗겨내 독자들 앞에 드러내놓습니다.
서점에 가면 유난히 서울을 다룬 책들이 많습니다. 아마 서울을 잘 모르고 있다는, 혹은 서울을 알고 싶다는 바람이 아닐까요? 그런데 그 많은 책들을 선뜻 손에 잡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답사'의 원래 취지와는 상관없이 소화하기 힘든 지식으로 채워진 전문서이거나 '먹고 노는' 일에 치중한 한없이 가벼운 여행서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독특함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무게중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답사 코스를 정하는 데 유용하고, 당장 답사를 떠나고 싶은 설렘을 충전하게 해줍니다. 또한 그 길에서 느껴야 할 것들과 나눠야 할 얘기들의 풍부한 소재 거리를 제공해줍니다. 서울을 알고 싶고, 걷고 싶었던 독자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안내서가 나온 것입니다.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의미 있는 여행을 계획한 부모들에겐 더 말할 나위가 없을 테지요.
최근 입사시험과 면접에서 인문학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란 것이 생기고 한국사가 수능 과목에 포함되면서 우리 역사를 공부하려는 발걸음이 바쁩니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책으로만 배운 역사는 겉돌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더욱 더 답사를 통해 한국사를 배우도록 해주는 게 좋습니다. 억지로 암기하는 공부가 아니라 눈으로 더듬고 몸으로 경험하는 공부는 아이들에게 평생 힘이 됩니다.
걸으면서 한국의 전통건축, 조선과 개화기의 역사, 도시의 변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한 번에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건축가 엄마의 친절한 안내로 도중에 길을 잃을 염려도, 쉽게 지칠 일도 없습니다.
느린 걸음으로 한나절이면, 보이지 않던 옛길이 보이고 서울의 역사와 건축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서울이 이렇게 깊은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