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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아무도 찍지 않는 사진, 아무도 관심 없는 영역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사진가 박찬원의 탐구 기록이다. 염전과 하루살이에 천착했던 그의 작업 주제가 이번에는 '돼지'로 옮아갔다. 미련함, 불결함, 무의미함을 상징하는 돼지의 삶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오히려 삶의 숭고함과 생명의 순결성이었다. 돼지농장에서 먹고 자며 돼지의 오물을 온몸에 묻히면서 찍어낸, 고통스러울 만큼 생생한 사진들을 보노라면 전생과 현생을 넘나드는 생명의 가치에 공감하고 인간성과 인격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은 전시 기획자의 글, 전문가의 평론, 작가의 작업일기, 대표 사진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박찬원이 돼지 사진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진실에 입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보다 깊이 있는 사진을 원하는 아마추어부터 순수사진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새로운 통찰과 지혜를 전해주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내가 돼지를 보는가, 돼지가 나를 보는가?

'돼지우리'라는 우주에서 획득한 통찰, 생과 사의 경계에서 보내는 메시지! 돼지농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그들의 탄생과 죽음을 지켜보았다. 의외로 예민한 새끼 돼지들도 자신들 앞에 렌즈를 들이미는 이방인을 더 이상 경계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돼지의 오물로 질척거리는 바닥, 코를 감싸 쥐게 만드는 악취도 그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니, 작업을 하지 않고 서울에 머물 동안에도 환취(幻臭)를 느낄 정도로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졌다.

그 즈음인가, 카메라를 들이댄 그는 자신이 돼지를 보는 건지 돼지가 자신을 보는 건지 혼동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감히 나비 꿈을 꾸었다는 장자의 일화를 떠올렸다. 자타불이(自他不二), 성속일여(聖俗一如)의 순간이 세상에 없던 사진으로 태어났다.

돼지가 측은한 눈으로 묻는다. '당신들은 행복한가?' 돼지가 신기한 눈으로 묻는다. '당신들에게 의미 있는 것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사진가 박찬원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의미 없는 것들에 집착하는가?' 쇄락한 염전이 그랬고 하루살이가 그랬고 나비가 그랬다. 일반적인 사람들 눈엔 가치와 의미가 없는 공간들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가 '돼지' 사진으로 돌아왔다. 몰가치와 무의미에 불결함과 미련함이란 키워드까지 더했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하루살이의 짧은 생이 생명의 영속성과 오버랩 되었다면, 돼지의 의미 없는 삶과 불결함을 통해 숭고함과 희생이란 가치에 생명의 순수성까지 획득했다. 그의 사진을 보는 사람은 약간의 고통스러움을 감수해야 한다. 식품 공장으로 전락한 돼지우리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다름없는 생로병사, 희로애락의 세계를 직시해야 하는 불편함을 선사하지만 일단 그것을 넘어서면 그들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들리기 시작한다.

'꿀'은 생명의 신호, '젖'은 삶의 가치, '잠'은 영혼의 힘! 이 책은 돼지 사진 작업을 하면서 그가 기록한 작업일지이면서 문래동 대안예술공간 이포에서 진행되는 전시회 도록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책 제목을 '꿀 젖 잠'으로 정한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꿀'은 돼지들이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 '젖'은 삶과 삶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잠'은 영혼을 일깨우는 신비한 작용이다. 작업을 하는 내내 내 머릿속에 떠오른 화두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전시회가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서 열린다는 사실도 특이하다. 이곳은 고층빌딩 숲속에 버려진 자투리땅이다. 낙후되고 잊혀진 그 땅은 그대로 '돼지우리'로 치환된다. 박찬원에겐 공간이 갖는 의미까지도 사진에 포함되는 것이리라.

돼지의 시선에서 사진을 찍는다. 밀폐된 농장의 안에 갇힌 돼지의 몸을 촉각적으로 전달한다. 어둠과 부분적으로 밝힌 붉은 조명, 돼지들의 군집으로 인한 흐릿하고 탁한 분위기, 근접한 시선의 현장감, 그리고 바닥에 바짝 붙여나간 렌즈는 보는 이들을 농장 안으로 유도한다.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박찬원의 돼지들은 다르다. 마치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주의를 집중시킨다. 나 좀 봐달라고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어떤 돼지는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 최연하 (독립 큐레이터)

소리로 시각화된 이미지는 장소의 혼돈을 가져온다. '돼지우리가 된 전시장'에서 잠시 눈을 감아보자.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래도 셔터를 누른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폭풍처럼 일어나는 각성이다.

— 박지원 (대안예술공간 이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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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3

    저자 소개

    04

    서지 정보

    05

    함께 보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