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서예를 넘어서 위대한 비법을 찾아서
뜬구름 같고 선문답 같은 방법론과 훈수는 끝났다! 당신도 이제 왕희지 글씨를 따라 쓸 수 있다!
왕희지는 왜 비법을 전수하지 않았을까? 붓글씨를 잘 쓰려면 대가들의 글씨를 많이 보고 스스로 많이 써봐야 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나 꼭 맞는 말도 아니다. 많이 접하고 많이 연습해야 된다는 말은 진리라 할 수 있지만 하나마나한 소리라고도 할 수 있다. 서예를 배울 때에 서예 얘기 빼놓고 세상 얘기를 다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렇다 보니 서예 분야엔 늘 뜬구름 같고 선문답 같은 방법론과 훈수가 난무한다. 그렇다면 명필의 대명사인 왕희지는 어떠한가? 그는 자신의 비법을 전했을까? 전하지 않았다면 안 한 것일까, 못 한 것일까? 왕희지가 비법을 알고 비법을 구사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전하지는 못했을 듯하다. 그것이 말로 쉽게 되는 일이었다면 잊히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긴 서예 역사 속에서 비법은 극소수에게만 전해지다가 이윽고 까마득히 잊혀졌고, 오늘날 우리는 잊혀졌다는 사실까지 잊었다.
이천오백 년 서예 역사의 혁명적 사건, 잃어버린 비법을 공개하다! 이 책의 저자 이동천은 부친의 영향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서예'라는 공기 속에서 살았다. 연필보다 붓을 먼저 잡았고, 서예 작품 앞에서 한나절이나 넋을 잃고 앉아 있었으며, 자정까지 붓글씨 연습을 하느라 청소년 시절에 관절염을 앓았다. 그는 열 살 무렵 왕희지 글씨의 체본을 보고 비법이 숨겨져 있음을 직감했다. 그 후 그의 인생은 그 비법을 찾아 구체화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었다. 양런카이, 펑치융 등 중국 서예 대가들의 수제자로서 사사했고 수십년 연구분석과 자료수집에 매진했으며 4년간 자신을 방에 가두는 고독한 집필 작업 끝에, 드디어 그 비법을 세상에 공개한다. 길고 고통스러운 작업의 결과물인 이 책은 역설적으로 찬란하고 명징하다. 이제 우리 모두 왕희지, 구양순, 저수량, 김정희 등 서예 대가들의 글씨가 어떻게 쓰여졌는지 알 수 있고, 또 따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천오백 년 서예 역사에 혁명이 이루어졌다.
마치 맹인이 눈을 뜨는 경험, 감히 이 책을 『신神서예』라 부른다. 서예의 길에 든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면서 그동안 깜깜한 세상에서 살았다는 깨달음이 올 것이다. 왕희지 체본에서 비법의 존재를 감지한 사춘기 소년에서 훌쩍 중년의 나이가 된 이동천 박사가 세상에 공개하는 비법은 '전번필법轉飜筆法'과 '신경필법神經筆法'으로 요약된다. 붓을 어떻게 굴리면서 뒤집느냐에 따라 천변만화의 기세와 아름다움이 펼쳐지고, 붓끝까지 신경이 통하도록 함으로써 비로소 살아 있는 글씨를 쓸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붓글씨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신新서예이자 신경이 통해 글씨 스스로 생동하는 신神서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번필법과 신경필법으로 쓴 글씨는 실제로 어떠할까? 단순히 굳세고 아름다운 글씨만이 아니다. "필력이 종이 뒷면까지 뚫고 들어갔다", "글씨가 종이로부터 한 치 띄어져 있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혹자는 "글씨에서 기운이 나온다"라고까지 한다. 진정으로 신경이 통하는 글씨를 쓰게 되면, 이런 시적 은유들이 단순한 은유가 아님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진귀한 도판을 보는 맛, 명품을 해부하는 재미! 기역 획 하나를 쓰는 방법이 31가지나 된다?!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것은 중국 현지에서도 보기 힘든 진귀한 도판들과 사신비, 왕희지의 난정서, 주의장의 시평공조상기, 저수량의 안탑성교서 등 명품 글씨에서 전번필법의 흔적을 추적하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또한 김정희뿐 아니라 김생, 허목, 송시열, 윤순, 이광사, 강세황, 정약용, 신위, 이삼만, 권돈인, 조희룡, 박규수, 신헌, 이하응, 정학교, 김성근, 김옥균, 지창한, 김응원, 민영환 등 우리나라 대표적 서예가들의 전번필법도 분석하고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가로획(한일 자) 하나를 쓰는 방법이 8가지, 세로획은 18가지, 기역 획은 무려 31가지 이상이란 사실이 확인된다. 이동천 박사가 개발한 '붓면 도형 표시'는 전번필법의 존재를 보다 철저하게 해부하고 학습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서예는 '재능'이 아니라 '비법', 제대로만 배우면 금방 끝난다! 이 책의 저자 이동천 박사는 왜 그리도 비법에 집착했을까? 비법을 모르고서는 대가들의 경지에 이를 수 없고 하물며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품을 많이 봐도 깜깜한 세상이요, 아무리 피나는 노력을 해도 모래성일 뿐이다. 잔인하게도 붓글씨는 절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러니 글씨가 여물지 않고 늘지 않는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당신은 배울 것을 못 배웠을 뿐이다. 단언컨대, 붓글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비법이다. 제대로만 배우면 금방 끝난다. 그것이 비법의 경지이고,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이동천의 글씨는 독특한 품격으로 매우 아름답다.
북위 글씨의 방필을 마치 고옥을 자르듯 쓰기에 이르렀다.
힘은 웅대하고 굳셈을 좇아 글씨가 종이 뒷면을 뚫고 서려 하였다.
옛날에 최치원을 사모하였는데, 이제 이동천이 있구나.